최종편집 : 2026.10.27 07:33
Today : 2026.10.27 (화)

AI 덕분에 일하는 속도가 무척 빨라졌다. 유능한 직원 두어 명을 둔 것 같다. 나는 방향을 정하고, 필요한 자료를 찾아오게 하고, 중요한 부분을 점검한 뒤 결과물을 완성한다. 예전에는 며칠씩 걸리던 강의안 준비도 이제는 훨씬 짧은 시간에 끝낼 수 있다.
그런데 막상 강의를 하다 보면 가끔 말이 막힐 때가 있다. 특히 용어나 원리를 설명할 때 그렇다.
도구를 활용해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은 직접 경험한 것이라 쉽게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개념은 수업을 준비할 때 분명 이해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설명하려니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지 않는다.
AI가 알려준 내용을 읽으며 '아,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 이해가 아직 내 입말로 완성되지는 않았던 것이다.
강의안은 분명 내가 만들었다. 방향을 정하고, 내용을 고치고, 최종적으로 판단한 사람이 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물을 완성하는 일과 그 안에 담긴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드는 일은 달랐다. AI가 정리해 준 설명을 읽고 이해했다고 느끼는 것과 실제로 충분히 이해하는 것 사이에는 간격이 있었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설명 깊이의 착각'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일상에서 익숙하게 사용하는 물건의 작동 원리를 잘 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퍼가 어떻게 맞물려 잠기는지 단계별로 설명해 보라고 하면 의외로 막히기 쉽다. 익숙하다는 느낌을 잘 알고 있다는 확신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2015년 미국 예일대 연구에서는 인터넷으로 정보를 검색한 사람들이 자신의 지식수준을 실제보다 높게 평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심지어 검색하지 않은 주제에 대해서도 자신이 더 잘 안다고 생각했다.
AI는 이런 착각을 더욱 키울 수 있다. 핀란드 알토대 연구팀은 두 차례 실험을 통해 AI가 문제 해결 능력과 자기 평가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봤다. 챗GPT를 활용한 참가자들은 논리 문제에서 더 좋은 성과를 냈지만, 자신의 성과를 실제보다 높게 평가하는 경향도 보였다. AI의 도움으로 문제를 더 잘 풀었다는 사실과 자신이 그 문제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는 별개였던 것이다.
생각해 보면 인터넷 검색이 정보를 찾는 일을 쉽게 만들었다면, AI는 한발 더 나아가 정보를 정리하고 결과물까지 만들어 준다. 보고서의 구조를 잡아 주고, 어려운 개념을 쉽게 풀어 주며, 필요한 자료를 비교하고 분석하기도 한다.
우리는 그 결과물을 읽고 고치면서 작업을 완성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AI가 대신 처리한 부분까지 내가 충분히 이해했다고 생각하기 쉽다. 결과물의 완성도가 높아졌다고 해서 반드시 내 이해의 깊이까지 더해진 것은 아닌데 말이다.
그렇다고 AI에게 일을 맡기는 것이 잘못은 아니다. 사람은 오래전부터 도구에 많은 일을 맡겨 왔다. 전화번호는 휴대전화가 기억하고, 길은 지도 앱이 알려 준다. 굳이 모든 번호와 길을 외울 필요는 없다.
AI도 마찬가지다. 잘 활용하면 반복적인 일을 줄이고, 더 중요한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쓸 수 있다. 문제는 어디까지가 내가 이해한 것이고, 어디부터가 AI의 도움으로 해결한 것인지 구분하지 못할 때 생긴다.
이 구분은 강사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AI로 보고서를 작성한 직장인이 그 내용을 근거로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수도 있고, AI의 설명으로 공부한 학생이 배운 내용을 새로운 문제에 적용해야 할 수도 있다. 일상에서 AI가 알려준 건강 정보나 금융 정보를 바탕으로 선택해야 하는 순간도 있다.
그럴듯한 설명을 읽고 이해했다고 느끼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이유다. 특히 잘못된 정보를 알아채지 못하면 그 판단의 결과는 결국 자신이 감당해야 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얼마나 알아야 정말 안다고 할 수 있을까. 반드시 모든 내용을 외우거나 막힘없이 설명해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어떤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도 말로 표현하는 데 서툴 수 있고, 반대로 유창하게 설명하면서도 잘못 알고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알고 있는 것과 아직 모르는 것을 구분할 수 있는가, 그리고 필요한 순간에 그 지식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가에 있다.
AI를 사용하는 방법도 조금 바꿔 볼 수 있다. 처음부터 "이것 좀 설명해 줘"라고 맡기기보다 내가 이해한 내용을 먼저 적고 "나는 이렇게 이해했는데 맞아?"라고 물어보는 것이다.
AI가 제시한 설명이 왜 그런지 되묻거나, 다른 사례에도 적용되는지 확인해 볼 수도 있다. 중요한 정보라면 AI의 답변만 믿지 말고 신뢰할 만한 자료와 비교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이렇게 하면 AI는 단순히 답을 알려주는 도구를 넘어 내 생각을 점검하고 이해를 넓히는 상대가 된다.
나 역시 강의를 준비할 때 AI가 정리해 준 내용을 읽는 데서 멈추지 않으려 한다. 내 말로 설명해 보고, 다른 사례를 떠올려 보고, 이해가 부족한 부분은 다시 살펴보는 것이다.
설명하다 막히는 순간이 반드시 모른다는 뜻은 아니지만, 적어도 무엇을 더 확인해야 할지 알려주는 신호는 된다.
AI 덕분에 강의안을 만드는 시간은 크게 줄었다. 하지만 강의안을 완성하는 시간과 그 안의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드는 시간은 같지 않았다.
----------------------
박선례
글로컬빌리지협동조합 이사장
전북대학교 평생교육 및 HRD 석사
AI 활용교육 전문강사
영암 송산 유기농생태마을에서 시작해 내동리 쌍무덤까지 이어지는 로컬여행 코스는 가을 들판의 고요함과 고대 마한의 웅장함을 함께 만날 수 있는 곳이다. 평범한 시골길처럼...
전남 화순의 대표 가을 나들이 코스인 고인돌 가을꽃축제가 25일까지 이어진다. 세계문화유산 고인돌 유적지에 가을꽃과 음악 공연, 체험 프로그램이 어우러져 가족 단위 로...
한글날 연휴를 맞아 전남광주 곳곳에서 가을 풍경과 지역문화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로컬여행 축제가 이어진다. 도심에서는 광주추억의 충장축제가 거리 퍼레이드와 공연을 선보...
10월 가을꽃 명소로 전남 나주 영산강정원이 주목받고 있다. 영산강 변에 조성된 이곳에서는 분홍빛 코스모스와 노란 황하코스모스, 초록빛 댑싸리정원을 함께 볼 수 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