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정부에서 정보통신과 AI 정책을 맡는 부처)가 '모두의 AI' 사업자를 발표했다. 전 국민이 무료로 쓸 수 있는 AI 서비스를 실제로 만들고 운영할 곳으로 SK텔레콤·카카오·KT 세 곳을 선정했다. 세 회사 모두 우리가 이미 매일 쓰는 통신사거나 포털이다. 하지만 이번 발표는 성격이 다르다. 지금까지 성능 좋은 AI를 쓰려면 각자 구독료를 내야 했다. 이번에는 정부가 예산으로 그 비용을 부담해, 국민 누구나 성능 좋은 AI를 무료로 쓸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모두의 AI'는 돈 낼 필요도, 사용량 제한도 없이 전 국민이 쓸 수 있는 AI 챗봇을 목표로 한다. 공공기관의 여러 업무를 대신 처리해 주는 AI 비서 역할도 구상에 들어 있다. 9월 중 세 사업자와 정부가 협약을 맺는다. 그 뒤 시범 서비스인 베타 서비스를 거쳐 올해 안에 정식으로 문을 열 예정이다. 조건도 하나 붙어 있다. 정부 기준을 통과한 국산 파운데이션 모델을 절반 이상 써야 한다. 파운데이션 모델은 여러 AI 서비스가 그 위에서 움직이는 기본 엔진이라고 보면 된다. SK텔레콤은 자체 개발한 에이닷엑스(A.X) K2를, KT는 믿:음 K 2.5 프로를, 카카오는 카나나를 이 엔진으로 삼는다. 여기에 LG 엑사원이나 업스테이지 솔라 같은 다른 국내 AI 모델도 함께 쓴다.
지난 6월 이 지면에서 다룬 사건을 기억하는 독자도 있겠다. 미국 정부가 자국 AI 기업 앤트로픽의 최상위 모델 '클로드 Fable 5'를 다른 나라로 내보내지 못하게 막는 수출통제 조치를 내렸고, 그 바람에 공개된 지 사흘 만에 이 모델이 전 세계 이용자 앞에서 사라졌다. 유료로 사용하는 서비스지만 모델 선택권이 없었다. 서비스 제공 기업과 기업이 속한 정부의 결정에 달려 있었다.
'모두의 AI'는 이 문제에 대한 국가 차원의 대응이라고 볼 수 있다. 다른 나라의 AI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AI를 만들고 운영할 힘을 갖추자는 흐름을 소버린 AI라고 부른다. 그 큰 흐름이 이번에 전 국민이 실제로 쓸 수 있는 서비스라는 구체적인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다.
이 서비스가 풀려는 문제는 주권만이 아니다. 격차도 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는 격차를 접근·역량·활용 세 부문으로 나눠 측정한다. 기기를 갖췄는지, 쓸 줄 아는지, 생활에서 실제로 쓰는지를 보는 것이다. AI 시대에는 여기에 네 번째 격차가 더해지고 있다. 크레딧 격차라 부를 만한 비용의 격차다. 돈을 내는 사람은 더 똑똑하고 빠른 고성능 모델을 쓰고, 못 내는 사람에게는 기능이 제한된 무료판만 남는다. 그렇게 챗GPT·제미나이 같은 해외 AI의 무료판에 머무는 이용자가 국내에만 약 2,100만 명이다.
다만 우려도 있다. 나라가 비용을 대신 내도 이 격차가 저절로 사라지지는 않는다. 계정 하나를 손에 쥐여준다고 그날부터 모두가 AI를 능숙하게 다루지는 못한다. 동일한 실태조사에서 국민 전체 가운데 AI를 써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의 비율은 51%인데 고령층이나 저소득층 같은 취약계층에서는 30% 수준에 그친다. 계정을 쥐여주는 일과 그것을 쓸 줄 알게 하는 일은 다르다. 그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곳은 중앙의 서버가 아니라 도서관, 복지관, 평생학습관, 학교처럼 사람이 사람을 마주 보고 가르치는 자리다.
'모두의 AI'가 출시됐을 때, 그것을 가르칠 사람이 우리 지역에 충분히 있는가. 양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은 올해 전국 6개 권역에서 AI디지털튜터 약 500명을 양성하고 있다. 그러나 500명이 전국 각 지역까지 닿기에는 부족하다. 서울과 수도권뿐 아니라 지방 시군의 상황도 제대로 들여다봐야 한다. 내가 사는 곳이 준비된 곳이 되려면, 이 점검부터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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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례
글로컬빌리지협동조합 이사장
전북대학교 평생교육 및 HRD 석사
AI 활용교육 전문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