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6.10.02 15:43
Today : 2026.10.02 (금)

마을로 디지털 교육을 다니다 보면 “배워도 금방 잊어버린다”며 손사래를 치는 어르신들을 만난다.
스마트폰이 있어도 쓰던 기능만 쓰고, 낯선 화면이 나오면 누르기를 망설인다. 수업에서 함께 했던 동작도 다음 시간에는 처음부터 다시 짚어야 할 때가 있다.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고 해서 집에서도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카카오톡에 탑재된 ChatGPT와 친구가 되신 분도 계셨다.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답을 읽는 일이 재미있다고 하셨다. 이렇게 AI를 써 보신 어르신들께 어떻게 알게 되셨느냐고 여쭤보니, 모두 자녀가 알려줬다고 했다. 자녀가 곁에서 한번 알려드리는 일이 배움의 시작에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다시 느꼈다. 낯선 기능도 가까운 사람과 함께 써 보면 한결 편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이번 추석에 부모님 스마트폰을 살펴본다면, 평소 어떤 일로 자녀에게 도움을 청하셨는지부터 떠올려 보면 좋겠다.
사진을 보내고 싶어도 방법을 몰랐는지, 받은 사진을 어디에서 다시 찾는지 어려워하셨는지, 문자를 입력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는지 살펴보자. AI를 함께 써 보는 것도 좋지만, 부모님이 자주 겪는 불편을 하나 해결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알려드릴 것은 꼭 필요한 한두 가지면 된다.
가르쳐 드리는 사람에게는 유용한 기능이 여럿 떠오르겠지만, 배우는 분에게는 모두 처음 보는 화면이다. 사진 보내기를 연습하다가 영상통화로 넘어가고, 다시 AI를 소개하면 조금 전 배운 순서도 헷갈릴 수 있다. 하나를 골랐다면 부모님이 직접 해 보실 시간을 충분히 드리자. 답답한 마음에 휴대전화를 받아 대신 눌러드리면 금방 끝나지만, 정작 연습할 기회는 사라진다.
오늘 함께 했다면 내일도 같은 것을 해 본다.
어디를 눌렀는지 잊으셨으면 다시 찾고, 잘못 누르셨으면 돌아가는 방법도 함께 익힌다. “어제 알려드렸잖아”라는 말은 하지 않아도 된다. 가르치는 사람에게는 이미 설명한 일이지만, 배우는 사람에게는 아직 익숙해지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매일 조금씩 반복하며 혼자 해 보는 시간이 쌓여야 자녀가 옆에 없을 때도 시도할 수 있다.
문제는 연휴가 끝난 뒤다.
자녀는 돌아가고, 곁에서 같이 해 주던 사람은 없어진다. 전화로 설명하려 해도 서로 다른 화면을 보고 있으면 말이 엇갈린다. 부모님은 바쁜 자녀에게 자꾸 묻기 미안해 그만두기도 할 것이다. 명절에 배운 기능이 다음 명절까지 쓰이지 않는다면, 한 번 더 설명하는 것만으로 해결될 일은 아니다. 생활 속에서 다시 해 보고 물어볼 기회가 필요하다.
그래서 마을의 디지털 교육이 이어져야 한다.
경로당이나 마을회관처럼 익숙한 곳에서 배웠던 기능을 다시 써 보고, 집에서 막혔던 화면을 가져와 물을 수 있어야 한다. 자녀가 떠난 뒤에도 곁에서 천천히 반복해서 알려줄 ‘우리 지역 AI·디지털 강사’가 꼭 필요한 이유다. 강사는 어르신이 어디에서 어려워하는지 살피고, 혼자 할 수 있을 때까지 함께 연습해 줄 수 있다. 지난주에 배운 사진 보내기를 이번 주에 다시 해 보더라도, 어르신이 도움 없이 보내셨다면 그만큼 배움이 쌓인 것이다.
정해진 수업이 끝난 뒤에도 이런 자리가 남아 있으면 좋겠다.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강사나 가까이에서 도와줄 사람이 있고, 같은 질문을 다시 해도 눈치 보이지 않는 곳이면 된다. 지역의 교육 성과도 몇 명이 수업을 들었는지와 함께, 배운 기능을 일상에서 계속 쓰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한 번의 체험이 생활의 편리함으로 이어지는 데는 그만큼 시간이 든다.
자녀가 연휴에 무엇을 알려드렸는지 적어두면 마을 교육에서도 이어서 연습하기 쉽다.
안부 전화 때 사진 한 장을 보내 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다시 써 볼 기회가 된다. 이번 추석에는 부모님께 한두 가지를 천천히 알려드리고, 돌아온 뒤에도 함께 해 보자. 다음에 만났을 때 부모님이 “이건 이제 나도 해” 하며 휴대전화를 꺼내실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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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례
글로컬빌리지협동조합 이사장
전북대학교 평생교육 및 HRD 석사
AI 활용교육 전문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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